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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 및 학술단체 성명서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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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계획을 중단하고,

국가폭력의 현장을 평화와 인권의 기억공간으로 보존하라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앞에서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등 64개 단체가 꾸린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미군기지촌 성병관리소(낙검자 수용소) 보존을 위한 농성을 시작한 지 4월 9일 현재 590일째를 맞고 있다. 성병관리소는 소요산 등산로 미관을 해치는 단순한 폐건물이 아니다. 이곳은 국가권력과 군사주의가 어떻게 여성들의 몸을 억압하고, 한 도시의 삶을 왜곡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반드시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1973년 세워져 1993년까지 운영 및 1996년 폐쇄되기 전까지, 미군 ’위안부‘를 대상으로 한 강제 성병검사에서 탈락한 이들을 ’치료‘라는 명목하에 강제 감금해 온 시설이다. 미군기지촌에서 성병에 감염되었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위안부‘를 격리하기 위해 1965년 양주(동두천), 파주, 포천, 고양, 의정부에, 1968년에는 평택에 총 여섯 곳의 성병관리소가 설치되었다. 1973년 양주 성병관리소는 지금의 동두천 상봉암동으로 이전·개설되었다. 이곳에 수용된 여성들은 일 년에도 수차례 강제 격리되었으며, 페니실린의 과다 투여로 목숨을 잃기도 했다. 성병관리소는 미군, 대한민국 정부, 경기도가 합작으로 자행한 여성에 대한 조직적이고 폭력적인 핵심 통제장치였으며, 일제강점기로부터 이어져 온 국가와 군의 성착취·성폭력의 역사, 그리고 여성의 몸을 안보와 동맹, 안전과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관리해 온 한국 현대사의 불편한 진실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2022년 대법원은 기지촌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동두천시는 2023년부터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를 지속적으로 시도해왔고, 이에 맞서 공대위가 출범하였다. 2024년 <미군 ‘위안부’ 기지촌에 대한 국가의 사과 촉구와 경기 동두천시 기지촌 성병관리소 철거반대에 관한 청원>에 5만 여명이 동의했고, ‘근현대문화유산인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의 도문화유산 임시지정 청원’ 경기도청원에는 1만 여명 이상이 동의하는 등 지역사회를 넘어 국가적인 공론화 과정도 이루어졌다. 2025년 UN 특별보고관은 ‘동두천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중단을 권고한 바 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동두천 성병관리소의 존치에 동의를 표했다. 2026년 3월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국가가 기지촌 여성의 인권침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현재는 국가유산청, 성평등가족부, 경기도, 동두천, 공대위가 참여하는 제1차 대화협의체(가칭)를 앞두고 있다. 때늦은 사과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 책임을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방식으로 실천할 때이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보존하는 일이 바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더불어,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현존하는 유일한 성병관리소 건물이라는 점에서 대체불가능한 역사 유산이다. 다른 성병관리소 건물은 모두 철거되어 개발되었고, 그 기억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이 건물마저 사라진다면, 국가권력과 군사주의, 젠더폭력과 냉전 체제가 교차하며 여성들의 삶을 파괴해 온 역사의 물적·공간적 증거는 돌이킬 수 없이 소멸된다. 국가와 경기도, 동두천시는 30년 넘도록 이 역사의 현장을 외면해 왔다, 여성과 동두천 시민, 나아가 이 도시의 살아있는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대신, 관광지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그 기억을 지우려는 움직임은 또다시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며, 시대적·법적인 책무에 역행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철거가 아닌 보존이고, 망각이 아닌 기억이며, 개발이 아닌 책임이다. 이는 복합권력 속에 피해당해 온 여성뿐만 아니라, 국가안보 논리에 의해 오랜 기간 규제와 제약 속에 도시발전을 침해당해 온 동두천의 자긍심과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자, 도시의 미래 정체성을 새롭게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성병관리소의 보존은 동두천이 더 이상 수치와 낙인의 공간이 아닌, 기억과 성찰,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품은 공간으로 거듭나는 공공적 전환 과정의 출발이 될 것이다.


 우리는 동두천시와 경기도, 그리고 중앙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시도와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국가유산 등록 및 보호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라.


 1.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동두천의 역사와 여성인권, 평화와 반군사주의의 가치를 기억하고 교육하는 평화와 인권의 기억공간으로 조성하라.


 1. 공대위, 지역시민, 지방정부, 중앙정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론화와 거버넌스 체계를 제도화하라.


 평화는 역사를 지우는 데서 오지 않는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를 보존하는 일은 피해자들의 존엄을 회복하는 일이자, 국가폭력과 여성인권침해의 역사를 마주하는 한국사회의 성숙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역사에 대한 책임은 공동체 모두에게 있다. 책임없이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2026. 4. 9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 및 학술단체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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